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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아래에서 새로 만들어진 세포가 위로 밀려 올라오며 자란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실제로 그동안의 생물학 교과서와 탈모 이론은 모두 이 개념을 기반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이러한 기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세포 분열이 멈추어도 머리카락은 계속 자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낭 주변 조직이 머리카락을 위로 끌어당긴다는 새로운 성장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모발이 자라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탈모 치료에 어떤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머리카락은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는 걸까요?
머리카락은 두피 표면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피 속에 위치한 모낭에서 생성됩니다. 모낭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공간으로, 이곳에서 **모모세포(각질세포)**가 만들어집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이 모모세포는 계속해서 분열하며 점점 단단해지고, 아래에서 위로 밀려 올라오면서 머리카락을 형성한다고 설명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머리카락은 사실 살아 있는 세포가 아니라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죽은 단백질 구조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탈모 연구와 치료의 초점은 대부분 세포 분열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기존 이론을 흔든 새로운 연구 방식
이번 연구는 로레알 연구진과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 연구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실시간 3D 타임랩스 현미경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모낭을 실험실 환경에서 약 90시간 동안 연속 관찰하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구진이 모낭 내부의 세포 분열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기존 이론이 맞다면 머리카락 성장은 즉시 멈춰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세포 분열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고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을 끌어올리는 ‘보이지 않는 힘’
연구진은 머리카락 자체보다 모낭을 둘러싼 외층 조직에 주목하였습니다. 관찰 결과, 이 주변 조직의 세포들이 위쪽 방향으로 이동하며 배열과 형태를 바꾸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현상을 바탕으로 컴퓨터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 모낭 외층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힘이 머리카락을 위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머리카락은 단순히 아래에서 밀려 올라오는 구조가 아니라,
주변 조직이 마치 작은 모터처럼 작동하여 위로 당겨지는 방식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모발 성장 이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입니다.
이 발견이 탈모 치료에 중요한 이유
이번 연구 결과는 탈모 연구 전반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머리카락 성장이 세포 분열에만 의존한다는 기존 개념을 다시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둘째, 탈모 치료의 새로운 타깃으로 모낭 주변 조직의 움직임과 구조적 힘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두피 환경 개선, 조직 탄성 유지, 세포 이동성 강화 등 새로운 접근법이 화장품 산업과 의학 연구 전반에 적용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탈모 연구 방향은?
이번 연구는 아직 기초 연구 단계이지만, 향후 연구 방향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 모낭 외층 세포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신호 분석
- 노화나 탈모 진행 시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는 원인 규명
- 약물, 화장품, 의료 기술을 통해 해당 메커니즘을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탈모는 더 이상 단순히 머리카락의 문제가 아니라, 두피 전체 조직의 협력과 역동적인 움직임의 결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왜 머리카락이 빠질까?”라는 질문을
“왜 머리카락을 끌어올리는 힘이 사라질까?”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확장시켜 줍니다.
당장 탈모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니지만, 이번 발견은 분명 탈모 정복을 향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후속 연구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