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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와 심장 건강, 오래된 논쟁의 새로운 전환점

    “심방세동 환자는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
    의사들이 흔히 하던 이 조언이 이제는 바뀔지도 모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임상시험에 따르면, 커피를 마신 심방세동 환자가 커피를 끊은 환자보다 재발 위험이 39%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오랜 시간 이어져온 “커피는 심장을 자극한다”는 통념을 뒤집고, 커피가 오히려 심방세동 환자의 심장 리듬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구 개요: UCSF의 무작위 임상시험

     

    이번 연구는 그레고리 M. 마커스 교수크리스토퍼 웡 박사가 이끄는 UCSF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200명(평균 69세)**의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캐나다·호주 5개 병원에서 6개월간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수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1. 커피 섭취 그룹: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신 환자 (100명)
    2. 커피 중단 그룹: 모든 카페인 음료를 끊은 환자 (100명)

    연구 시작 시 두 그룹의 평균 커피 섭취량은 주당 7잔으로 동일했습니다.
    이후 6개월간 커피 섭취 그룹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중단 그룹은 0잔을 기록했습니다.

    연구 결과: 커피 섭취 그룹, 재발 위험 39% 낮아

     

    6개월간의 추적 결과,

    • 커피 섭취 그룹의 심방세동 재발률은 47%,
    • **커피 중단 그룹은 64%**로 나타났습니다.

    즉, 커피를 마신 그룹의 재발 위험이 39% 낮은 셈입니다.
    심방조동(atrial flutter)을 제외하고 심방세동만 분석했을 때도 동일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커피 섭취가 단순히 안전할 뿐 아니라, 심방세동의 재발을 억제하는 **보호 효과(protective effect)**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커피가 심방세동에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

     

    커피에는 단순한 자극 성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1. 카페인의 이뇨 작용과 혈압 조절
      → 카페인은 소변 배출을 촉진하고,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심방세동의 재발 위험을 줄이는 데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항염 및 항산화 성분
      → 커피에는 폴리페놀, 클로로겐산 등 강력한 항염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염증은 심방세동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므로, 항염 작용은 리듬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3. 생활 습관의 개선 효과
      →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단 음료나 에너지드링크를 덜 섭취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 “의학적 조언을 재고해야 할 때”

     

    연구 제1저자인 크리스토퍼 웡 박사

    “커피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해롭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레고리 마커스 교수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커피 섭취를 직접 비교한 첫 임상시험으로, 향후 임상 가이드라인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기존의 “심방세동 환자는 커피를 피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의료 조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

     

    물론 이번 연구는 6개월, 200명이라는 제한된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커피의 종류(에스프레소, 드립, 인스턴트 등)나 카페인 함량, 섭취 시점(식전·식후)에 따른 차이는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인구집단과 장기 연구를 통해
    커피의 구체적인 성분과 그 메커니즘을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나 마셔도 될까?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커피 섭취 가이드

     

    • 일반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약 400mg 이하입니다.
      이는 드립 커피 약 3~4잔에 해당합니다.
    •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하루 1~2잔의 블랙커피(무가당) 섭취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단, 심계항진·불면·혈압 상승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에 대한 기존 관념의 변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커피의 안전성을 입증한 것을 넘어,
    의학계와 일반인 모두가 가지고 있던 “커피=심장 자극”이라는 고정관념을 흔들었습니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는 기능성 음료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번 UCSF 연구는 커피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위험하지 않으며, 오히려 심장 리듬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커피는 단순한 카페인 음료가 아니라, 항염·항산화 작용을 통해 심혈관 건강을 돕는 음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적정량을 지키며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하루 한두 잔의 커피는 이제 심장에도 ‘괜찮은 선택’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