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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에 개봉한 SF 영화 **〈크리에이터(The Creator)〉**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기술의 윤리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작품입니다.
    ‘로그 원(Rogue One)’으로 유명한 감독 **가레스 에드워즈(Gareth Edwards)**가 연출을 맡았으며,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위협할 때 벌어지는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AI 윤리·인간성·기술 민주주의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즉,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

     

    영화의 배경은 AI를 적으로 여기는 서구 세계와, **AI와의 공존을 선택한 ‘뉴 아시아(New Asia)’**의 대립입니다.
    서구는 AI를 핵폭발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제거하려 하지만, 뉴 아시아는 AI와 함께 사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갑니다.

    이 대비는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 아니라, **“AI는 파괴의 대상인가, 아니면 공존의 파트너인가?”**라는 시대적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인간의 일상과 사고를 지배하기 시작한 지금, 영화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인간과 AI의 경계, 조슈아와 알피의 만남

     

    주인공 조슈아는 AI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인입니다.
    그는 임무 수행 중 **‘알피(Alphie)’**라는 AI 아동을 만나면서 자신이 믿어온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됩니다.

    알피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존재로, 조슈아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왜 우릴 죽이려 하죠?”

    이 한마디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함축한 대사입니다.
    조슈아는 임무와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며, **‘기술이 생명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합니다.
    이 장면은 AI의 인간화뿐 아니라, 비윤리적 인간성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내는 전환점이 됩니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 — 통제, 욕망, 그리고 모순

     

    기술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산물입니다.
    문제는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때 생깁니다.
    AI의 위협은 AI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든 인간의 오만과 두려움에서 시작됩니다.

    “기술은 인간의 도구인가, 아니면 인간이 기술의 도구가 되었는가?”

    〈크리에이터〉는 이 질문을 통해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합니다.
    결국 기술 발전의 윤리적 책임은 인간에게 있으며,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 기술 사회의 새로운 길

     

    AI 시대는 단순한 규제나 통제를 넘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요구합니다.
    이 전환은 다음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윤리적 전환: 기술 발전에 맞는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세우는 과정
    2. 제도적 전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법과 제도 구축
    3. 민주적 전환: 시민이 기술 발전의 방향과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 마련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질 때, 기술은 인간을 지배하는 도구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기술과 민주주의 — 데이터보다 숙의가 중요하다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합의와 공감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AI 시대의 민주주의는 효율성보다는 숙의(熟議) — 즉, 깊은 대화와 참여 — 를 중시합니다.
    데이터의 양보다 질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죠.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성과 소통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대화와 공감이 사라진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민주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크리에이터〉는 기술 발전의 본질적인 목적이 인간의 존엄성과 협력임을 일깨워 주는 작품입니다.

    기술 시민의회 — 책임의 제도화

     

    최근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인 **‘기술 시민의회(Technology Citizens’ Assembly)’**는 시민이 기술의 위험과 이익, 윤리적 방향을 직접 논의하는 민주적 숙의의 장입니다.

    이 제도는 기술 발전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 신뢰 회복: 기술 발전에 대한 불신을 완화하고 공공의 합의를 촉진
    • 시민 참여 확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기술 결정 과정에 참여
    • 위험과 이익의 균형: 기술의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논의
    • 윤리적 기준 마련: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 형성

    결국 기술 민주주의는 기술의 소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 제도화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AI와 인간의 공존, 우리의 선택

    〈크리에이터〉는 AI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기술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영화입니다.
    조슈아와 알피의 관계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거울과도 같습니다.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윤리와 책임의 주체는 인간 자신입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가치가 반영된 존재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공존의 미래는 기술의 손이 아닌, 인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