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시간의 가치는 인간의 도전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시계 한 점이 1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면, 그 이유는 단순히 금이나 보석 때문이 아닙니다. 이번에 25년 만에 경매에 등장한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은 한 여성의 불굴의 의지와 기술 혁신이 만나 탄생한, **‘시간을 이긴 시계’**입니다.
이 글에서는 메르세데스 글라이트즈의 역사적 도전, 롤렉스의 방수 기술 발전, 그리고 제네바 소더비 경매 출품의 의미를 중심으로 그 진짜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롤렉스의 역사적 상징성과 시계의 가치
**롤렉스(Rolex)**는 단순한 시계 브랜드가 아니라 시계 역사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폴 뉴먼 데이토나’, ‘바오 다이’, ‘에베레스트 오이스터 퍼페추얼’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기며, 정확성과 내구성, 그리고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에 경매에 출품된 10억짜리 롤렉스 시계는 단순한 빈티지 시계가 아니라, 시계 역사에 남을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도버 해협을 건넌 여성, 메르세데스 글라이트즈
1920년대 초, 한 영국 여성이 인류의 한계를 시험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메르세데스 글라이트즈(Mercedes Gleitze).
독일계 영국인 비서였던 그녀는 1927년 10월 7일, 도버 해협을 헤엄쳐 건너는 대담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당시 여성의 사회적 제약을 생각하면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그녀는 15시간 15분의 사투 끝에 마침내 해협을 건넜고, 도버 해협을 횡단한 최초의 영국 여성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도전은 단순한 수영이 아니라, 여성의 독립성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논란과 명예 회복, 그리고 언론의 관심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한 경쟁 수영 선수가 “자신이 먼저 해협을 건넜다”고 주장하면서 글라이트즈의 업적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곧 이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되었고, 글라이트즈의 기록은 다시금 인정받았지만, 그녀는 이미 새로운 결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영국 전역의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졌고, 그 소식은 멀리 스위스의 **롤렉스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는 이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고, 글라이트즈의 명예 회복 수영을 브랜드의 혁신적 실험의 장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이스터 케이스의 탄생과 기술 혁신
빌스도르프는 이미 시계의 방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사식 용두 특허를 구입하고 이를 개량해왔습니다.
1926년, 그는 완전 방수 구조를 갖춘 **‘오이스터(Oyster) 케이스’**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이 케이스는 공기와 물을 완전히 차단하는 혁신적인 구조로, 시계 방수 기술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1930년대에는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퍼페추얼 무브먼트(Perpetual Movement)**와 결합되어, 오늘날까지 롤렉스의 핵심 모델인 **오이스터 퍼페추얼(Oyster Perpetual)**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시계 기능을 넘어, ‘도전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시간’을 상징하는 롤렉스의 철학을 구현했습니다.
명예 회복 수영과 오이스터의 세상 데뷔
빌스도르프는 글라이트즈에게 연락해, “당신의 목에 이 시계를 걸고 수영을 해보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 시계가 바로 ‘오이스터’ 시계였습니다.
글라이트즈는 리본에 시계를 매달고 물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수영은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고, **《데일리 메일》**이 비행기를 띄워 상공에서 그녀의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비록 글라이트즈는 10시간 24분 만에 험한 파도 때문에 도전을 중단해야 했지만, 오이스터 시계는 완벽히 작동한 채로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었고, **‘물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시계’**라는 오이스터의 신뢰성을 입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롤렉스는 방수 시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오이스터 퍼페추얼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모델로 발전했습니다.
10억짜리 롤렉스의 경매 출품
이 역사적인 시계가 25년 만에 세상에 다시 등장합니다.
2025년 11월 9일, **제네바 소더비(Sotheby’s)**에서 열리는 **‘Important Watches Live Sale’**에 출품될 예정입니다.
이 시계는 9캐럿 금 소재, 27mm의 팔각형 케이스, 와이어 러그와 나사식 용두 등 당시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경매 추정가는 130만 달러(한화 약 10억 원).
단순한 금값이 아니라, 시간과 기술, 그리고 도전의 이야기가 더해진 진정한 가치입니다.
메르세데스 글라이트즈의 도전은 단순히 한 여성의 기록이 아니라, 롤렉스 브랜드 철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도버 해협을 건넌 순간부터, 시계는 더 이상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인간의 의지를 증명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 10억짜리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입니다.
“시간은 흘러도, 진정한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수영과 롤렉스의 기술은 그렇게 한 세기를 넘어, 지금도 세상에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